“연간 500만마리 고통…동물실험 줄여야”

입력
기사원문
김송이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실험동물의날’ 맞아 촉구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세계 실험동물의날인 24일 한국동물보호연합 활동가들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동물실험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2018년보다 120만마리 늘어
고통등급 높은 실험이 75%

‘대체시험법’ 활용 요구부터
동물실험 않는 제품 소비 등
근절·축소 목소리 이어져

‘CFVAEC’와 ‘P012’.

안소정씨(50)와 함께 사는 비글 두 마리의 귀에는 이들이 과거 이름 대신 불리던 개체 식별번호가 문신처럼 새겨져 있다. 실험동물로서 연구소에서 오로지 연구 시료로만 쓰인 흔적이다. 안씨는 2018년 구조된 비글 ‘CFVAEC’에게 제임스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가족이 됐다. 이듬해 구조된 ‘P012’에겐 꽃송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제임스·꽃송이 엄마’가 됐다.

‘세계 실험동물의날’인 24일 안씨는 두 반려견과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안씨는 제임스와 꽃송이가 각각 연구소와 대학에서 왔다고만 알고 있을 뿐 어떤 실험에 동원됐는지는 모른다. 활발하기로 유명한 여느 비글들과 달리 유난히 조용한 모습에서 이들이 실험견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한다.

실험용으로 길러지는 비글들은 어릴 때부터 입질을 하지 않거나 아파도 소리내지 않도록 본성을 억누르는 훈련을 받기 때문이다.

안씨는 “제임스가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아도 짖은 적이 한 번도 없다. 실험실에서 사료만 먹고 커서 그런지 처음에는 간식을 줘도 먹지 못했다”며 “이제 사회화가 많이 됐지만 아직도 비닐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만 나도 숨으려고 할 때 안쓰럽다”고 말했다.

모든 실험동물이 제임스와 꽃송이처럼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는 것은 아니다. 2019년 서울대 이병천 교수팀이 생산했던 복제견 ‘메이’는 복제 실험에 다시 동원된 뒤 숨졌다. 당시 서울대 사육사가 실험견들에게 청소용 고압수를 뿌리거나 이들을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각종 실험에 동원되는 동물 수는 매년 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의 ‘2022년 동물실험윤리위원회 운영 및 동물실험 실태조사 현황’을 보면 2022년 사용된 실험동물은 499만5680마리에 이른다. 2021년보다 11만5428마리가 늘었고 2018년보다 약 120만마리가 늘었다. 이 중 중증도 이상 고통을 동반하는 ‘고통등급 D’ 실험(26.2%)과 가장 심한 고통 수준의 ‘고통등급 E’ 실험(48.5%)에 사용된 비중은 약 75%에 달한다.

동물에게 고통을 안기는 실험이 근절되길 바라는 마음을 윤리적 소비로 드러내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최모씨(30)는 최근 각종 생필품을 구매할 때마다 동물실험 여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최씨는 “화장품 말고도 생리대나 세제, 치약 등 생활에 필요한 여러 물건이 동물실험을 거쳐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동물실험을 하는 브랜드 앞에서 시위는 하지 못하더라도 동물실험 여부를 (고객센터에) 문의하거나 소비를 하지 않는 식으로 압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동물실험을 줄이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한국동물보호연합은 “동물실험 결과가 인간에게도 나타날 확률은 5~10%에 불과하므로 동전 던지기보다도 못한 도박”이라며 “동물을 사용하지 않는 동물대체시험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사회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이 기사를 추천합니다
3